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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or 회고

PES 프로젝트 회고 (2023-07-17 ~ 2024-05-31)

by VANAV 2024. 6. 4.

나의 첫 Vue3 프로젝트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1년 가까운 기간동안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참여한 첫 프로젝트가 끝났다.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았던 직무는 프론트엔드였고 했던 일은

Nexacro로 만들어져 있는 기존 페이지의 소스를 분석해서 Vue3로 마이그레이션 하는 것 + 추가 기능 개발 이었다.

대외비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였는지는 안 적는게 좋을 것 같아서 그냥 Realgrid를 사용해 Cell, Row끼리 계산하는 로직을 많이 개발했었다 정도로 적어두고 기억하고자 한다.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생을 참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특히 올해 봄은 파견지에서 매일 밤늦게 퇴근하고 새벽에 퇴근하기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하는 삶을 보내서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뭘 하면서 보냈는지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다.

회사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기간 내에 끝나지 않거나,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오거나 하여 좋게 끝나지 않을까봐 많이 불안해했다.

 

기존 페이지 개발을 대략 7월부터 1월까지 진행했다. (대메뉴 10개, 소메뉴 약 40개,  그 아래에 딸린 페이지 nn개)

기존 페이지 개발때 Vue.js도 처음 해보고, Nexacro도 처음 접해서 개발하는데 다소 시간을 소모하고 시행착오(삽질)들을 겪긴 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기능들을 마이그레이션 하는거라(+ 약간의 기능 추가와 변경) 무난히 지나갔고 할만했다.

 

문제는 기존 페이지 마이그레이션이 마무리 된 후

추가로 들어올거라는 메뉴와 기능들은 기존 페이지를 기획해 주셨던 기획자와 다른 분께서 기획을 해주셨는데

작업이 간단할거라고 기획자분께 들었는데 막상 접해보니 간단하지도 않았고 분량도 많았다.

명목상 대메뉴 2개에 소메뉴 13개 였지만 소메뉴에 속해 있는 페이지 한개당 세부 페이지가 7~8개 였다.

그리고 총 개발 마감이 4월 8일 이었는데 추가개발 기획서를 3월 16일에 받았다..

그리고 그 기획서가 엑셀로 그려져 있었고 디스크립션이 없었다.

심지어 완성된 기획서가 아니어서 중간에 내용이 계속 바뀌었다.

 

 

우리가 개발하는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계산 로직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기획서에는 그 계산식들이 디스크립션으로 풀어서 적혀있지 않았다.

전부 엑셀 셀마다 수식으로 걸려있었고 그걸 개발자가 하나하나 클릭해서 추적해야 했다.

그래서 엑셀 수식에 능통해야 그 기획서를 읽을 수 있었고

나는 엑셀을 할 줄 몰라서 수식을 구글링 하거나 기획자한테 물어보면서 작업을 했다..

심지어 이게 아까 말했듯 완성된 기획서가 아니었어서 내용이 계속 바뀌었는데 그 바뀐 내용은 주로 엑셀 수식이었다. ㅎ

개발자는 내용이 업데이트 되었다고 하면 다시 셀을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수식을 찾아 새로 분석해야 했던 것이다.

(당연히 이전 수식에 대한 히스토리 없음)

 

기획서를 이렇게 엑셀 수식으로 짜서 제공해준 이유는 고객이 요청사항을 엑셀로 표현해서 주었는데,

그렇게 받은 양식에서 크게 바꾸지 않고 주느라 그렇게 되었다고 들어 더욱 황당했다.

요청사항 분석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개발자에게 넘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총체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개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른 힘든 이유도 많았으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가독성이 나쁜 기획서를 받은 것과 기획서를 지나치게 늦게 받은 것 이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생각을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1. 일정과 관련하여 수동적으로 타인을 신뢰하고 기다리지만은 말 것

나랑 연관이 되어있는 포지션의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일정을 물어가며 도움을 주려고 해야할 것 같다.

동료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통을 받고 시간이 지연되게 되면 결국 나도 연쇄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번에는 기획자의 직위가 많이 높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도 잘 되고 있다고 대답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이런 상황이 벌어지리라 상상하지 못하긴 했으나

어쨋든 직위와 상관없이 타 포지션의 업무에도 관심을 놓지 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태도는 언젠가 나나 팀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약간 이번에 내가 이 점에서는 미흡했다고 생각해 반성이 되었던 점이다.

 

2. 팀 내에서 진심으로 헌신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팀 전체가 그 사람에게 영향을 받음.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하자.

모두가 망할거라고 생각했던(PM까지도 망할거라고 생각했던) 이 프로젝트를 개발 PL님과 주요 개발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수행했다.

그 분들의 책임감이 존경스러웠고,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도 성공을 바라며 자발적으로 헌신하게 되었다.

나도 그 분들 처럼 팀에게 빛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상황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팀원들끼리 사이가 괜찮으면 잘 버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 점에서도 팀원들에게 감사했다. 괴롭고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3. 세상에 상상이상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영향 받지 말고 멘탈 흔들리지 말자.

프로젝트에서 나를 포함하여 팀원들에게 굉장히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있었다. 본인의 기분에 따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으며, 전체 톡방에 협박조로 공지를 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남에게 떠넘기며 빨리 해결해달라 채근을 하던가 하는 형식으로 야금야금 불쾌감을 주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무례함에 노출될 때마다 점점 그 사람이 싫어졌고 전달해야만 하는 정보도 전달하기 싫어질 정도로 대화가 꺼려지게 되었다.

무례를 접할 때마다 화를 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내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비록 찰나일지언정)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참았고 지금은 그 개인에게 감정적 응어리가 약간 생긴 것 말고는 내 행동에 후회되는 점이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싫은 사람을 만날 때 내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지, 지금처럼 처신하는 것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봐야 되겠지만 적어도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맞대응 하는 짓은 하지 말야아 할 것 같다.

지금 적으면서 새삼 곱씹으니 그냥 당연한 내용 같지만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에서는 쉽게 화가 나서 이게 은근 쉽지 않았다.

그 때의 마음을 잊지 말고자 적어둔다.

 

위의 내용 말고도 직접 겪으며 배우고 느낀점이 은근 많았다.

- 고급 개발자의 코드가 꼭 좋을 것이라는 환상이 깨졌음

- 시간이 남으면 다른 개발자가 구현한 소스 까서 분석해보기 (그냥 어쩌다 본 거였는데 이거 하면서 은근 실력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의외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뿌듯했다.)

- 다른 사람에게 보고하기 전에 잘 정리되었다고 생각해도 한번 더 확인하기 (보고했는데 내가 확인을 잘못한 부분이 발견되면 부끄럽고 죄송하다ㅠ)

-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과 내 자아를 분리할 것

- 멋진 사람을 보고 느낀 감동 (클라이언트가 개발사의 의견을 빠짐없이 잘 수용해주고 배려를 상당히 젠틀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감동을 받았다)

 

얼추 적고 보니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당연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은 것 처럼 느껴진다.. ㅎㅎ

비슷한걸 보고 배운 기억이 있더라도 자기가 직접 겪어서 체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나 보다.

내가 이런 점을 직접 배우고 느꼈다고 생각해 스스로로부터 꺼내서 적었다면

배움들이 눈으로 스쳐 본 것 보다 좀 더 지속력 있게 남아 나와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쳐주지 않을까?

 

힘든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들을 거름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은게 제일 뿌듯하고 기쁘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성장했음을 체감하는 것도 기뻤다

 

처음에는 나중에 스스로 다시 보고 에너지를 얻어볼 요량으로

나 엄청 힘들었어! 이런 환경에서도 생존했어! 를 남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회고를 적기 시작했지만

적으면서 곱씹어보니 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잘 끝난거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좋은 분들과 좋은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나에게 막연한 최선을 바라기 전에 항상 생각과 행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부터 바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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